궁핍한 시대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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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단상
독일은 재작년부터인가 언제쯤부터인가 '학비 무료'가 위헌판결이 난 관계로 주에 따라서 등록금을 받는 곳이 있고 그래도 아직 받지 않는 곳이 있다. 물론 후자는 베를린이나 브레멘같이 사민당이 전통적인 강세인 지역이 해당되고(여담이지만 히틀러가 권력장악 과정에서 최대 고민거리 중의 하나는 사민당의 텃밭이었던 수도 베를린에서 어떻게 지지를 받는가였고, 브레멘은 끝까지 버텨서 히틀러가 결국에는 한번도 갈 수가 없었던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등록금을 받는 곳이라도 주에따라 규정학기를 초과한 사람만 낸다거나 4학기째부터, 혹은 복수전공을 시작할때부터 낸다는 식으로 천차만별이다. 물론 바이에른은 첫학기부터 500유로를 학비로 낸다. 사실 재정적으로 베를린같은 곳보다 여유가 있을 법한 도시인데도 이렇게 처음부터 세게나가는게 약간은 이해가 안되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동네 정서상 그런가보다 해야지 뭐.. 아무튼 한번 걷기 시작하면 안 걷을 수가 없고, 한번 걷기 시작하면 물가상승률이든 어떠한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 결국은 주기적으로 오르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결국은 아직은 한국에 비해서 학비가 매우 저렴해도 결국은 더 오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학원 수업에서 다룬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대학의 등록금인데, 각 나라별 등록금들을 비교해자고 해서 한번 내기준으로 유로화로 환산하니까 1년에 국립대 3000유로, 사립대 6000유로정도가 나왔고 (물론 가장 돈안들고 투자도 없는 인문학계열이니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가 되겠지) 이 사실을 얘기하니 모두가 놀랐다. 이왕 놀래킨거 사립대 의대도 한번 가르쳐줄까 해봤지만, 그랬다간 수업이 모두 쓰러져 실려나갈까봐 걱정되서 하지는 못했고. 아무튼 사립대야 그렇다쳐도 국립대는 국립대인데 왜 그러냐고. 속으론 나도 궁금하다라고 대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국립대라해도 한국은 대학교육에 충분한 재정을 뒷받침해주지를 못하고 있다고 대답을 했지만... 역시나 우울했다. 비슷한 시스템인 일본보다도 비싼 상황이고,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나라는 잘 사는 대로, 못사는 나라는 못사는 대로 학비가 저렴한 편이니,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이탈리아 학생들이 자기네 상황을 얘기해줬는데, 소득차에 따라 등록금이 차이가 있다고 한다. 물론 방법론상으로는 가장 현실과 이상이 부합되지만 얘네들도 사람이니 모두 어떻게든 등록금을 적게내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어서 그 나름대로 문제라고는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새 정부 교육부 장관으로 이름이 올랐던 어느 '명품' 대학 전총장님께서는 실컷 올려놓고서도 등록금이 모자르다는 소리나 하고 있고, 눈이 작아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새 대통령님께서는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라'는 소리나 하시고 있으니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씀하신 어느나라 처형된 왕비님이 생각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이제는 입학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어쩔수 없이 입학했다면 닥치고 빨리 졸업하는게 차선이 되어버린 시대가 온 것일까. 대운하같은 말도 안되는 뻘짓거리에 돈을 그렇게도 쓰고 싶으면 소위 말하는 그 '국운'을 위해서라도 대학교에 돈을 주는게 낫지 않을까.

 

 

-------라고 투덜대는 것에는 규정학기 초과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필요한 이수학점때문에 등록금 절감의 효과를 전혀보지도 못했고, 규정학기 초과자가 된 '덕분에' 그 흔한 수업료 면제 조차도 되지 않아 드디어(?) 실질적인 200만원 대에 돌입했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 by 구보 | 2008/02/20 03:04 | 산문시대 | 트랙백
다시 '산소'학번이 되기 위하여


정말 한때 02학번이 산소학번으로 불리며 신선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적이 있다. 
 

물론 이제는 대기중의 산소만큼이나 식상하고 흔해빠져버린 것이 되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진정 신선한 공기만큼이나 귀해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산소학번으로 불리며 신선했던 그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겨울철에도 선풍기를 틀어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게 말이 되냐고?  대운하 수질오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관계자는 운하를 지나가는 배의 프로펠러들이 회전하면서 수질을 깨끗하게 해준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선풍기로 안될건 또 뭔가? 이 이론에 감명받은 02학번 이모씨는 이상하게 추웠던 독일의 여름 날씨 탓에 몇 번 쓰지 못하고 상자 속에 넣어둔 선풍기를 다시 꺼내 조립해서 쓰고 있습니다.

산소학번, 02학번, 대운하, 멍청이, 선풍기
# by 구보 | 2008/01/05 03:03 | 산문시대 | 트랙백 | 덧글(6)
다시, 잠시
아는 모 선배가 싸이에서 이글루스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에 겸사겸사해서 폐허 같은 버려진 블로그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저도 싸이를 포기하고 네이버나 이글루스 둘 중의 한 곳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글루스에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단 네이버로 잠정 결정하고 네이버에서 찌질대고 있으나 다시 돌아와보니 네이버보다는 이글루스가 어째 더 괜찮은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곳을 찾아 오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뮌헨의 하늘 위로는 구름 밖에 없고, 이제 해를 보는 것도 포기하고 그저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게 소원이 됐고(사실 흐린날씨도 때때로 나름 그림이 되긴 됩디다.), 매 수업시간마다는 모든 개념과 정신의 종착역인 안드로메다에도 다녀오고, 심지어 혼자 온 마당에 이런 말 하기 참 뻔뻔하지만 그래도 현지에서 나름 정신적으로 지탱해줄 수 있게 해준 5년 넘게 사귄 사람하고도 헤어지긴 했지만, 이런 점들을 빼곤 그럭저럭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지요.

일단 제가 쓴 글은 모두 비공개로 바꾸었습니다. 다시 보기 약간 쑥쓰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언젠가 이글루스로 다시 완전히 돌아온다면, 그때 정리해서 다시 공개로 바꿀 생각인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온 김에 최근에 읽은 시 한편 (뭐 대단할 것도 없지만 뭔가 대단한 것 마냥)

일찌기 나는

 

                최승자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 by 구보 | 2007/11/28 15:06 | 산문시대 | 트랙백 | 덧글(2)
새해의 맹세

새해의 맹세

1. 말로나 글로나 수다를 떨지 말 일.

2. 겸손하고 너그러우며 제 잘한 일을 입밖에 내거나 붓끝에 올리지 말 일.

3. 남의 잘못, 학설의 그릇됨을 타내지 말고 제 바른 행도오가 제 깊은 공부로써 이를 휩싸버릴 것.

4. 약속을 삼가하고 일단 승낙한 일은 성실히 이를 이행할 일.

5. 쓰기보다 읽기에, 읽기보다 생각하기에.

6. 사소한 일이라도 먼 앞날을 헤아리고 인생의 깊은 뜻을 생각해서 말하고 행할 일.

7. 날마다(하루도 거르지 말고) 무엇이든 읽고 생각하고, 그 결과를 일기로 적어둘 것.

- 김성칠, 역사 앞에서

 

어찌 '새해'의 맹세로 그칠 일일까. 평생을 해도 못할 수도 있는 일인데

# by 구보 | 2006/01/16 18:25 | 밑줄 그은 한 구절 | 트랙백
디오도토스의 연설
성급함은 우행을 수반하며, 걱정은 비천함과 편협한 판단을 수반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는 현명한 판단에 대한 적이다. 이론이 행동에 앞서야 함을 반대하는 자는 어리석거나 부정직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일에 대해 말 이외의 방도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이다. 그리고 믿을 만한 이유를 주장하는 것을 피하고 그 대신 중상에 의해 반대자의 청중을 현혹시키려 하는 자는 매수되었다고 시사하는 것이다. 가장 악의에 찬 인간은, 반론자는 매수되었다고 시사하는 것이다. 무지라는 비난은 참을 수 있으나 수회의 비난은 견딜 길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연설자가 성공을 하면 의심을 받게 되고, 실패를 하면 무능하고 부정직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선인은 도시에 대해 충언을 할 길이 막히게 되고, 현명한 충고가 정직하게 주어진다 해도 나쁜 권고와 같은 의심을 받게 된다.

(.....) 나는 여러분이 단순히 동정이나 절도에 이끌리지 않기를 바라는 점에서는 크레온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주모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재판을 행하고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유익한 정책이며, 또한 강력한 정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적에 대해서 현명하게 처리하는 자는 무모에서 나온 폭력으로 행동하는 자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H.D.F. 키토, 그리스 문화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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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때, 아테네의 동맹시였던 레스보스의 미틸레네가 반란을 일으켰지만, 곧 아테네에 의해 반란은 진압되었고, 아테네 민회는 미틸레네의 처분을 논하게 된다. 처음 크레온은 성인 남자를 모두 죽이고 나머지를 노예로 팔며 도시를 없애버려 본보기를 보여주자고 강력히 발언했지만, 이를 디오도토스가 반박한다. 결국 민회는 디오도토스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었다.




# by 구보 | 2005/09/21 10:51 | 밑줄 그은 한 구절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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